미켈란젤로의 벽화

2005. 5. 17. 18:25태그삽화용사진

임찬순 칼럼집, 뒷목출판사, 詩人이 괴로워하는 사회
    1, 우리시대 위징은 있는가____미켈란젤로의 벽화
미켈란젤로는 로마 교황청의 성당 벽화 그리기에 가장 중요한 생애를 바쳐 그 명성을 만고에 떨친 영원한 화가이고 찬란한 조각가이다.

그의 그림에 대한 천재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만큼 시대를 월등 앞선데 비하여 그 일을 시킨 교황청 사람들은 그의 재능을 따를 수 없었다.

하루는 교황이 작업 현장에 나타났다.

『저 조각의 코가 너무 크다. 좀 깍아 내라』
고 명령했다.

미켈란젤로는 난처했다. 코를 깍아내면 전체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위트를 발휘했다.
주머니에 횟가루를 감추고 징과 끌을 가지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실물은 놔둔채 끌에다 징을 때려 소리만 내면서 감추어진 횟가루를 뿌렸다.
횟가루는 교황의 머리에 까지 흩날렸다.

『어떻습니까? 많이 깍아 냈는데요』

그 조각과 벽화가 완성되자 교황과 신부들이 다 함께 위대한 예술을 감상했다.
감탄이 쏟아졌다.

「이것은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신의 솜씨다」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켈란젤로는 몇년을 밤낮없이 머리를 뒤로 젖힌채 벽화를 그리느라고 머리 자체가 뒤로 젖혀진채 굳어 버렸다 한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채 전체를 둘러 보고 마지막 지옥편을 보기 위해 그 벽화 앞에 다가섰다.

그것은 지옥에 갈 죄인들을 그려놓은 것이었다. 그걸 보고 모두 놀랐다. 맨 앞의 얼굴이 다름아닌 미켈란젤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교황도 깜짝 놀라 『아니... 그대가 무슨 죄를 졌기에 지옥에 갈 사람 맨 앞에 서 있단 말이오?』하고 물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게 궁금해서 그의 입을 지켰다. 이윽고 미켈란젤로가 입을 떼었다.

『저는 젊은시절 7년동안이나 그림을 그리지 않고 붓을 놓은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화가에게 있어서 7년동안이나 붓을 놓은것 만큼 중대한 직무유기는 없습니다.그것만으로 충분히 지옥으로 떨어질 죄를 지은것입니다』

예술가가 자기 직무에 대해서 얼마나 엄격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본보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예술계는 10년동안, 심지어는 20년동안 예술활동을 단 한번도 안하면서 예술단체장을 10년 가까이 하고 다시 더 하려고 한 자도 있다.

그런자는 예술의 협잡꾼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예술을 빙자하여 입신양명하려는 자. 예술을 권력화하려는 자. 자신과 성실한 예술인과 사회를 속이는 예술 사기꾼. 그런자들을 사회가 투명하게 가려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영원히 거짓과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가장 맑아야 할 예술계가 진흙탕 속에 내 던져진 채 정화되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영영 희망이 없다